[정의]

충청남도 서천군을 포함한 내포 지역을 중심으로 전하여 내려오는 판소리 유파.

[개설]

중고제(中高制) 판소리 는 동편제(東便制)와 서편제(西便制)의 중간 형태의 판소리인데, 일제 강점기 이전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명창 이동백(李東伯)[1866~1949]을 중심으로 하여 왕성하게 발전하였다.

[채록/ 수집 상황]

서천문화원은 2023년 현재 김창룡(金昌龍)[1872~1942]의 음원 「단가」 외 43종과 이동백의 음원 「춘향가」 중 ‘박석티’ 외 38종을 수집하여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서천군은 2023년 12월 8일 ‘명창 이동백·김창룡 자료 종합 조사 및 선양 사업 기본 구상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개최하였다. 사업 목적은 근대 5대 명창 중 서천군이 배출한 이동백, 김창룡의 역사적 가치 발굴 및 관련 유적 조사, 생전의 음원, 연구서, 언론 기사 등의 종합 조사와 중고제 선양 사업 발굴 및 활용 방안을 구상하기 위함이다. 서천군은 기초 작업으로 이동백, 김창룡에 관한 종합 조사 자료를 음원, 문헌, 신문 자료 등 787건으로 구분하여 목록 카드를 작성하였다.

[중고제 판소리]

중고제는 충청도와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전승되는 소리이다. 대체로 동편제와 서편제의 중간 형태이고, 현재 전승이 끊겼지만 서천군에서 전승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염계달(廉季達)[?~?], 고수관(高壽寬)[1764~?], 전정근, 김창룡, 이동백 등의 명창들이 있으며, 밝고 화평한 느낌을 주는 평조를 주로 사용하였다.

판소리의 명창 중에는 서천군 지역에서 태어나서 활동한 인물들이 많다. 서천군 출신의 판소리 명창들로는 임창학(林蒼鶴), 정흥순(鄭興順), 최상준(崔相俊), 이동백, 김창룡, 김창진(金昌鎭)[1875~?], 나성엽 등이 있다. 이 중 김창룡과 이동백은 일제 강점기 이전에는 중고제 명창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고제 판소리를 융성하게 이끌고 계승시켰다. 특히 이동백은 고종(高宗)[1852~1919]의 총애를 받아 당상관(堂上官)인 통정대부(通政大夫)의 벼슬을 제수받기까지 하였다.

중고제 판소리 는 충청도 지역의 기층(基層) 어법과 상통하는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충청도 지역에서 흔히 사용하는 남부 경토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판소리 평조를 사용하고, 경기 민요나 무가에서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평탄하면서도 고음을 질러 순차적으로 하향하는 선율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고제의 특징을 가진다 하더라도 서천 지역의 명창들은 독특한 내포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경기도와 친연성을 가진 서산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명창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동백과 김창룡이 충청도에서 가장 남쪽인 서천군 출신이라서 인접한 전라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의]

서천군에서 융성하게 꽃피웠던 중고제 판소리는 일제 강점기 이전 왕실을 비롯하여 양반 상류층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리의 유행이 변하며서 점차 판소리의 중심에서 멀어졌지만 중고제 판소리는 여전히 중요한 판소리 유파 중 하나이다. 중고제 판소리는 양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가곡풍의 판소리라는 특징과, 동편제 이전의 옛 소리가 살아남아 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과 중요도 때문에 중고제 판소리는 재평가되고 있으며, 위상을 재정립하여 가는 과정에 있다.

현존하는 중고제 소리꾼 박성환이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신흥리 넉배에 살면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하였다. 박성환은 중고제 판소리에 대하여 감정 표현이나 꾸미는 곡조가 뚜렷하지 않고 절제된 중용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고 하였다. 2024년 9월 7일부터 8일에는 서천군과 이동백국창중고제판소리선양회[회장 이선옥]가 공동 개최한 제12회 서천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서천군에서 진행되었기도 하였다. 서천 전국국악경연대회는 근대 5대 명창인 서천 출신 이동백, 김창룡을 선양하고, 중고제 판소리의 가치를 널리 알릴 뿐 아니라 국악 활성화를 위하여 매년 개최되고 있다.